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떤 사고든 늘 우리에게 끊임없이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경고를 알아채지 못하고 무시할 때, 결국 더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84년 전 하인리히는 이 불길한 징후를 간파했고, 1:29:300 이라는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이 법칙은 지금까지 안전을 예방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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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가 알아낸 1:29:300의 비밀
1920년대 허버트 하인리히는 미국의 여행자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는 맡은 업무의 특성 때문에 사고 통계를 자주 접했다. 사고 통계를 분석하던 일ㅇ르 하던 그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실제로 발생한 7만 5,000개의 사고를 정밀 분석해보니 일정한 법칙에 따라 사고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급기야 그는 1931년[산업재해 예방: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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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는 이 책에 1:29:300 법칙의 비밀을 공개했다. 부상을 입지 않은 사고, 경상, 중상처럼 정도에 따라 발생 횟수를 비교하면 일정한 비율이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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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보자. 사무실 바닥을 청소했는데 물기가 남아 있어서 미끄러운 상태였다. 사무실 바닥이 물 때문에 미끄러웠을 뿐인데 뇌진탕이 심한 1명의 중상자가 나오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사고의 원인을 들여다보니 사고 전에 미끄러져서 찰과상을 입거나, 뼈가 부러지거나, 골절상을 입는 등 경상을 입은 사람이 29명 이었고, 부상은 당하지 않았지만 미끄러진 사람이 300명이나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300번은 징후이고, 29번은 경고였으며, 이 징후와 경고를 무시한 결과 1번의 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이것이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 사고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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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후와 경고를 무시한 ‘대형 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세월호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천 냉동창고 화재, 대구지하철 화재 등 우리는 수많은 대형사고를 겪어 왔다. 이 같은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언제나 사고와 관련된 징조들이 여러 번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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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누출 사고만 해도 미흡한 시설 관리를 비롯해 의견과 조언을 ‘무시’했던 게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972년 미국 원자력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에 방사능 누출의 위험을 경고했으며, 1986년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책임자는 원전이 내압 능력이 약해 격납 기능에 문제가 있다며 위험에 대해 다시 한번 경고했지만 도쿄전력은 이를 무시했다. 2007년 미국원자력엔지니어링 컨퍼런스에서도 쓰나미에 뒤덮일 확률과 쓰나미를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경고했지만 이 또한 무시했다. 이러한 잠재 요소들이 무시된 채로 1998년 원전 내 차단기에 화재가 발생했고, 2002년 원전 내부에 고장과 균열이 발생한 내부 보고서를 무시하고 점검기록마저 장기간 조작했으며, 2006년에는 이 때문에 법정에 출두하기까지 했다. 2007년에도 차단기에 화재가 발생했으나 이것 또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러한 작은 사고들을 무시하며 노후화된 원전을 계속 사용한 결과, 결국 2011년 원전 누출 사고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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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또한 마찬가지다. 건물은 지어질 때부터 설계 하중의 4배를 초과했고, 철근도 무더기로 빠진 부실 공사였다. 천장에 금이 가고, 옥상 바닥에 치명적인 손상이 나타나는 등 작은 징후들이 포착되었고, 균열과 진동으로 고객 신고와 내부직원의 신고, 전문가의 진단도 있었으나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징후와 경고를 무시했던 삼품백화점은 붕괴되었고 502명의 사망자와 6명의 실종자, 937명의 부상자를 낸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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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도미노, 연결고리를 끊자
하인리히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결함의 요인을 제거해 도미노 같은 사고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통 잠재되어 결함의 요인은 3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요인은 인간의 유전적 내력이나 사회 환경이다. 무모함, 완고함, 탐욕 등 성격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특징은 유전적으로 물려 받을 수 있고, 열악한 환경은 나쁜 유전적 특성을 더욱 강화 할 수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인간의 결함으로 안전에 대한 무지 등의 선천적, 후천적 결함은 불안전한 행동을 만들 수 있다.
세 번째 요인은 인간의 불안전한 행동이나 기계적, 신체적 위험이다. 안전장치를 없애거나 경보 없이 기계를 작동시키고 건물 설계 자체를 잘못하는 등 사고 발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결함과 직원의 실수를 말한다.
이러한 작은 요인들이 어느 하나라도 영향을 발휘한다면 사고와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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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두 번째 요인은 고착화된 상태로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세 번째 요인은 상대적으로 제거하기 쉽다. 불안전한 행위와 기계적, 신체적 위험은 사고 발생과정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과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대형사고로 연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설마 사고가 나겠어’, ‘남도 하는데’, ‘대충하자’라는 생각은 불안전한 행동을 만들게 된다.
안전장치를 무시하거나, 안전 장비들을 착용하지 않고, 안전 지침에 따르지 않는 행위들은 위험한 행동과 위험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사고의 연결고리를 끊어 사고의 도미노를 막는 방법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사고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현상, 경제 현상은 물론 개인의 일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자세히 살피고 분석해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다면 어떤 사고도 막을 수 있다는 1:29:300의 법칙은 하인리히가 준 선물이자 교훈이다.
출처, 안전보건공단